[자책하지마 18화] 오늘 뭐 입지 — 날씨·건강 물어보고 하루 채비하기

아침마다, 창밖을 보며 망설인다. 무릎이 시큰하면 비가 오려나, 하늘이 뿌여면 나가도 되려나. 일기예보는 빠르게 지나가고, 건강 얘기는 어려운 말투성이다. 그날그날 몸 챙기는 일이, 나이 들수록 더 조심스럽다. 전화 끝에 늘 “밥 잘 챙겨 먹어라” 하던 부모의 말이, 실은 당신부터 챙기지 못한 말이었음을. 이제 아침마다 화면한테 묻는다. “오늘 날씨 어때? 미세먼지는? 나이 든 사람 나가도 괜찮아?” … 더 읽기

[자책하지마 17화] 이 뉴스 진짜야? — 가짜뉴스·헛소문 가려읽기

무서운 이야기일수록, 빨리 믿고 빨리 퍼뜨리게 된다. 단톡방에 도는 글들. “이거 먹으면 큰일 난다”, “내일부터 이게 바뀐다더라.” 친구가 보냈으니 진짜 같고, 안 알리면 나만 모르는 것 같아 또 퍼 나른다. 그러다 가끔, 그게 다 헛소문이었다는 걸 뒤늦게 안다. 걱정되는 마음에 이것저것 보내오던 부모의 메시지를, 자식은 웃으며 받았을 것이다. 그 마음이 다 사랑이라는 걸 알기에. 이젠 … 더 읽기

[자책하지마 16화] 은행 안 가고 — 비대면 거래, 겁내되 멈추지 않기

돈 앞에서는, 누구나 한 번 더 겁이 난다. 은행 가는 길은 멀고, 번호표 뽑아 한참 기다리는 것도 일이다. 자식은 “폰으로 보내면 되잖아” 하지만, 돈이 걸린 일이라 손이 더 떨린다. 잘못 보내면, 한 번 누르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. 창구 앞에서 통장을 꼭 쥐고 있던 부모의 손을, 자식은 기억한다. 그래서 더 천천히, 화면한테 물어가며 했다. “이체하기 … 더 읽기

[자책하지마 15화] 배달앱, 처음 시켜본 날

다 큰 어른이, 밥 한 끼 시키는 게 겁이 났다. 비 오는 날, 나가기 싫은데 냉장고는 비었다. 자식들은 “배달앱으로 시켜” 하지만, 그 안은 또 미로 같다. 주소는 어떻게 넣고, 결제는 어떻게 하고, 잘못 시키면 돈만 날리는 거 아닌가. 혼자 끼니를 대충 때우는 부모를 떠올리면, 자식은 늘 마음이 쓰인다. 화면한테 물었다. “배달앱에서 음식 시키는 순서 알려줘. … 더 읽기

[자책하지마 14화] 손이 느려도 괜찮아 — 말로 메모하고 알람 맞추기

손이 느려진 만큼, 잊는 것도 빨라졌다. 가스 불 끄는 걸 깜빡하고, 약 먹을 시간을 놓치고, 좋은 생각은 적기도 전에 사라진다. 글자 치는 건 느리고, 받아 적자니 답답하다. 메모지는 늘 손이 닿지 않는 데 있다. 냉장고에 붙은 부모의 삐뚤빼뚤한 메모를 기억하는 자식이 있을 것이다. 화면한테 말로 시켜봤다. “오후 세 시에 약 먹으라고 알람 맞춰줘.” “장 볼 … 더 읽기

[자책하지마 13화] 이게 뭐였더라 — 사진으로 물건·꽃 찾기

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, 자꾸 늘어간다. 길가에 핀 꽃, 손주가 사달라던 장난감, 어디서 본 듯한 약통. 분명 아는데 이름이 입가에서만 맴돈다. 나이 탓인가 싶어 쓸쓸했다. 말끝이 자주 흐려지는 부모를 보며 가슴 한쪽이 내려앉아본 자식이 있을 것이다. 그럴 때 사진을 찍어 화면에 물었다. “이거 무슨 꽃이야?” “이 장난감 이름이랑 어디서 파는지 알려줘.” 이름이 돌아오고, 살 곳까지 … 더 읽기

[자책하지마 12화] 영상통화로 손주 얼굴 보기 — “할머니, 나 보여?”

목소리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있다. 멀리 사는 손주. 전화로 “밥 먹었니” 묻는 게 다였다. 얼굴 보고 싶다는 말은 어쩐지 늙은 욕심 같아 삼켰다. 자식이 “영상통화 하면 되잖아” 해도, 그 버튼 하나가 또 어렵다. 잘못 누를까, 얼굴이 이상하게 나올까. 보고 싶다는 말을 삼켜본 적 있는 부모의 마음을, 자식은 한참 뒤에야 안다. 화면한테 물었다. “손주랑 영상통화 거는 … 더 읽기

[자책하지마 11화] 무인 발권기 앞에서 — 기차표 한 장의 용기

명절이 다가오면, 나는 기차표보다 발권기가 더 무섭다. 역에 일찍 나갔다. 창구는 줄이 길고, 무인 발권기는 비어 있다. 비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, 나 같은 사람한텐. 출발역, 도착역, 날짜, 좌석… 화면이 묻는 게 많아 손이 자꾸 멈춘다. 뒤에 젊은 사람이 서면, 괜히 표를 못 끊고 비켜준 적도 있다. 역 한구석에서 발권기를 한참 들여다보던 노인을 … 더 읽기

[다시 살아보겠어 10화] 빛은 가장 낮은 곳에서 온다

반쪽짜리 형광등을 드디어 갈았다. 새 등을 끼우고 스위치를 올리자, 방이 환해졌다. 어둠에 익숙했던 눈이 잠깐 시렸다. 나는 그 환한 방 한가운데 서서, 오래 울었다. 슬퍼서가 아니라, 너무 오랜만에 밝아서. 언젠가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. 우리가 버리는 가장 천한 것들 — 하수구로 흘려보낸 그 더러운 것들이, 도시의 가장 깊은 곳을 지나며 분해되고 정화되어, 끝내 … 더 읽기

[다시 살아보겠어 9화] 나는 다시 배우기로 했다

매달 정해진 날, 정해진 금액을 갚기 시작했다. 액수는 작았지만, 통장에 처음으로 ‘계획’이라는 게 생겼다. 낮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가 문제였다. 빈 시간은 늘 나를 다시 화면 앞으로 데려갔으니까. 그래서 나는 다시 배우기로 했다. 고용센터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했다.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약간의 수당을 받으며 상담을 받을 수 있었고, 국민내일배움카드로는 배우고 싶던 기술의 수강료를 지원받았다. (고용24, work24.go.kr) 새 기술을 … 더 읽기